신혼 여행을 렌트카 여행으로 해 버려서 제대로 다녀오자고 하고 결혼 후 첫 휴가지를 정하다가... 피지로 결정했습니다.

결정 과정은...

1. 여름에 가야 한다. 길게 휴가를 쓰려면 남들 쓸 때 써야 눈치가 덜 보임.

2. 휴양지로 결정

3. 동남아 쪽 알아봤으나 여름에 너무 더울 것 같아서 패스. 남반구에서 찾아보자고

4. 남반구에 사모아, 통가, 피지, 뉴칼레도니아, 타히티, 이스트섬, 호주, 뉴질랜드 중... 직항 있고, 가격이 괜찮은 피지로.

  (사실 어려서 읽은 그림사회라는 책에 피지 부분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 장면은 못 봤네요.

   피지에는 성인식 할 때 바다에 높은 구조물 세워서 바다로 점프 한다는 것이었는데... 원주민들 완전 현대화 -_-)

5. 원래는 패키지 여행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피지 살다온 지인이 그냥 패키지가 나을 것이라고 추천해서...패키지 결정

6. 여기저기 꽤 많이 알아봤습니다. 피지애가 가장 친절하고 조건도 잘 맞추어주네요. 현지 로칼 여행사 직원분 이야기도 그렇고..

기간은 8월 15일 ~ 21일, 아일랜드는 가봐야겠고, 인터컨티넨탈이 좋다고 해서... 아일랜드 리조트를 좀 싼 걸로 하고 3박 + 2박으로 구성했습니다.

출발 비행기는 오후 8시 가까이에 인천에서 출발합니다. (7시 반이던가..) 비행시간 10시간. 여행철이 아니라 그런지 한국사람 전혀 없습니다. 비지니스석에 한팀 어르신들 있었다고 하고 이코노미에는 저희 커플밖에 없습니다. 인도, 중국, 일본에서 많이 탑니다. 동아시아쪽에는 홍콩과 우리나라 정도가 직항인 듯. 아시다시피 식사는 두번 나오는데 한번은 비빔밥, 나머지 한번은 오믈렛 등등.. 뒤에 앉은 프랑스 여자분은 비빔밥 드실 줄을 몰라서 그냥 포크로 나물만 드시더라구요. 샐러드인줄 아셨나.

비행 시간은 길고, 지루합니다. AV 시스템은 나쁘지 않고,  usb 포트도 있으나 생각보다 안 쓰게 되더라구요. 밤 비행기라서 자야 하는데, 몸이 불편해서 전혀 못 잤습니다. 자더라도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식 끝나고 가지는 분들은 ... 행운을 빕니다. -_-;

10시간 정도 이후 도착하면 피지의 난디 공항 (영어 표기로는 nadi 인데 발음은 난디 입니다. 이런 것들이 좀 있더라구요. 이유는 몰라요.)에 도착합니다. 공항은 2층인데 허접합니다. 홍콩 비행기가 연착해서 같이 도착하는 바람에 늦게 나오게 되었구요. ㅜㅜ. 그게 아니라도 세월아 네월아 입국심사합니다. 공항에서부터 원주민 서너명이 기타 치면서 환영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입국 심사는 까탈스럽지는 않은데 세관은 많이 까탈스럽습니다. 동식물 반입 안되고, 많이들 짐검사 당하시더라구요.

원래 스케쥴은 도착해서 바로 로마니로 가는 페리를 10시 25분에 타는 것인데, 10시 넘어서 나오는 바람에 2시 배를 타야 했습니다. 도착하면 현지 로칼 여행사 직원분께서 나와계십니다. 2달만에 첫 손님이라고 -_-; 한국 분이시고, 친절하십니다. 팁은 피지애의 경우 줄 필요가 없으나 너무 잘 해주셔서 헤어질 때 좀 드렸다는...요구 안 하시니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2시까지 시간 때우기 위해서 전통시장 구경 + 쇼핑 (퓨어피지, 어그부츠) + 식사 했는데

-전통시장: 그냥 과일 늘어놓고 파는 노점 같은 분위기입니다. 안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피지 과일 맛도 없습니다.

-쇼핑: 퓨어피지 매장은 소피텔 호텔 1층, 어그부츠는 포트 데나우에 있는 잭스 매장 내에 있습니다. 둘 다 크기 작습니다.

       퓨어피지는 우리나라로 치면 바디샵 같은 분위기에 비슷한 구성... 선물은 여기서 지르시면 됩니다.

       어그 매장은 거기서 발로 판매하는게 아니라 신어보고 주문하면 호텔로 가져다줍니다. 한국의 60% 정도 가격입니다.

       흔히 신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부츠가 16만원돈 정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이드분 말씀으로는 호주에는 공장이

       없고 피지에만 있다는데... 확인할 길은 없었다는.

-식사: 여러가지 짐작되는 이유로 한식집에 갔는데, 썩 맛있지는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을 때만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가능하면 리조트나 호텔에서 드세요. 가격은 싸지 않습니다.

그리고 2시에 로마니 리조트 들어가는 배 타기 직전에 항구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맥주 구입했습니다. 물은 살 필요 없구요.

리조트에서 무제한 줍니다. 맥주는 피지 비터, 피지 골드, 보누 등이 있는데, 홉의 특이한 향은 골드 쪽이 낫구요.. 보누는 8도 정도 되는 독한 맥주입니다. 한번씩 드셔보세요. 하지만 다 라거 종류이고 생각만큰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제가 만드는 맥주가 낫더라는. 맥주 좀 남았는데, 버리고 왔을 정도니깐요. (물론 하이트 카스 보다는야 훨 낫습니다. ) 맥주는 마트에서 3.6~4 피지 달러 정도 하나 리조트나 호텔에서는 10 피지 달러 전후입니다. 사가지고 가는 것이 유리. (1피지달려 = 600원)

로마니는 플란테이션 섬 내에 있고, 거기에 4개의 리조트가 있다고 하는데, 플란테이션 리조트 바로 옆에 있습니다. 플란테이션 리조트는 가족 리조트라서 시끌시끌하고 정신 사납습니다만... 액티비티 하려면 이쪽으로 가야 합니다. 로마니 리조트는 애들은 안 받고 17채 밖에 숙소가 없어서 한적합니다.

 일단 항구에서 내리면 직원이 나와서 목걸이 걸어주고 차에 태워서 로마니로 갑니다. 도착해서 웰컴 코코아 주고 체크인. 코코아 썩 맛있지는 않아요. 그 이후부터 편하시게 노시면 됩니다. 마다는 조석 간만의 차가 생각보다 크고, 해초류가 자라고 있어서 썩 수영하기 적당하지는 않습니다. 물은 아주 깨끗합니다. 하루에 2~3개의 무료 activity가 있고, 놀고 싶으시면 참석하시면 되겠습니다. 핸드라인 낚시, 스노쿨링 투어 등등이 있습니다. 옆에 플란테이션 리조트에서는 다 돈 받고 해야 하는데 로마니는 공짜.. 스노쿨링 투어는 배 타고 저 멀리 리꾸리꾸 리조트 넘어까지 가서 산호초 많은 섬 옆에서 스노쿨링 하는 것이구요.

 식사는 식당에 가서 주문 받아서 하면 됩니다. 아침은 부페식 + 한가지 hot plate 주문 (오믈렛 등등), 점심 저녁은 코스입니다.

보통 스프/앙트레(에피타이저로 보기에는 양이 많은)/메인/디저트 로 구성되어 각각 주문하게 되어 있습니다. 꽤 맛있구요. 살찝니다. 양 많습니다. 본전 생각하고 열심히 드시면 하루 5천 kcal도 섭취하시게 될 듯.  점심 메뉴는 샌드위치류가 괜찮구요. 저녁은 안심 스테이크가 제일 낫습니다. 미디엄 레어로 해 달라고 하면 따뜻하게 데운 맛있는 겉만 익은 생고기가 나올 것입니다. ㅎㅎㅎㅎ 고수 싫어하시면 코리안더 빼 달라고 하시구요. 상차이, 팍치 다 못 알아듣습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밥 먹으면서 쑈도 해 줍니다. 원주민 복장을 하고 나와서 돌아가면서 춤 추고 불쇼도 하고 하는데.. 처음에는 신나서 보다가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이... (무지 깁니다.)

이렇게 놀고 먹고 수영하다 시간 되어서 체크아웃 하면 또 작별의 노래를 부르며 울고 불고 (직원이) 합니다. 정이 많은 사람들인 듯... (인터컨티넨탈하고 전혀 다릅니다.) 장기간 투숙하는 손님들도 있나 봅니다. 동양인 보다는 호주/뉴질랜드에서 많이 옵니다.

인터컨티넨탈은 난디공항이나 포트 데나우에서 한시간 가량 가야 나옵니다. 2층 건물에 여기저기 숙소가 있는 형태인데, 이쁘고 고급스럽습니다. 액티비티 샵이 두개 있으나 다 유료. 쓸 일 없었구요. 바다는 파도가 거세서 들어갔다가는 조난 당하기 딱인 듯 하다는. ㅜㅜ. 식사는 아침/저녁은 '사나사나'라는 부페 식당에서 먹고, 점심은 수영장 옆에 있는 식당에서 먹습니다. 이름이 뭐더라...

아침은 대륙식(?) + 오믈렛 등등 해 주는 그런 분위기이고, 훌륭합니다. 파인애플 생과일 주스가 가장 인상적이구요. 점심은 적당하게 피자나 샌드위치 시키면 되는데 음료는 별도 charge 입니다. 계산서 가져다 주는데 팁 적는 난이 있습니다. 저는 조금 적었는데, 가이드 분 말씀으로는 안 줘도 된다고 하네요. 피지는 팁 문화는 없다고 합니다. (포터등은 별도) 저녁은 매일마다 테마가 바뀌면서 나오는데, 재수없게 본인 입맛과 안 맞으면 그 날 저녁은 힘들고 잘 나오면 아주 훌륭합니다. 두 번을 먹었는데, 첫 날에는 동남아 특집인지 모든 음식에 고수가 있어서 힘들었고, 두번째 날은 'catch of day'라고 해서 해산물 부페였는데 생참치 스시/사시미가 나오는 바람에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인터컨티넨탈은 원래 골프 리조트로 지어진 듯 하며, 만약에 부부가 같이 공을 치신다면 꼭 골프장을 미리 예약해서 다녀오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안 비쌉니다. 그리고 리조트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해변에서 노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골프장 이용이 가능하면 좋은 여흥거리가 됩니다. 물론 호텔 자체가 이쁘게 지어져 있어서 그냥 방에서 노닥거리기만 해도 시간은 잘 갑니다. (시설은 엄청 좋다는)

두 군데 모두 어메니티는 퓨어피지 제품이었구요, 더 달라면 더 줍니다. 좀 민망하기는 해도. ^^

그렇게 잘 쉬다가 왔는데, 또 돌아오는 길이 너무 길어서 집에 오니 여행 피로가 쌓여 버렸네요. 비행기 10시간 + 공항에서 집까지 5시간 (지방이라서)

끝으로 정리해 드리자면

장점: 몰디브 대비 경제적 / 식사 모두 포함 (질도 매우 훌륭) / 무동력 액티비티 무료 (아일랜드 리조트 경우)

         타히티 등에 비해서는 직항이 있는 것이 장점 / 관광지 고려하면 물가 비싸지 않은 편

         어그부츠 / 퓨어피지   /  비교적 치안이 안전 / 사람들이 친절하고 정이 많은 편

단점: 비행시간 (10시간) / 리꾸리꾸를 제외하면 수상 리조트는 아님 / 스노쿨링 하면서 뭘 좀 보려면 배 타고 나가는게 나음